오늘 (10월 31일) 31회 공인중개사 시험이 있었습니다.
이번 시험은 역대급이라고 하죠?
역대 최대 인원인 34만명이 접수했다고 합니다.
저도 그 중 한명이었고, 그 후기를 적어 봅니다.
동기
먼저 제가 시험을 응시하게 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2017년 첫째가 태어났습니다.
그때 주위 친척분들께 연락드려 소식을 전했는데, 그 중 한분과 통화하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근황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분이 마침 중개 사무소를 개업한지 3개월? 얼마 되지 않으셨더군요.
그런데 그 사이에 벌써 수익이 수천만원을 버셨다며...
당시 그 이야기를 듣고, 혹 하긴 했으나...
당시 개업한지 몇개월 안되셨고, (개업 빨일 수 있잖아요?)
저 역시도 처음으로 아빠가 되다보니 정신 차릴 틈이 없더군요...
그냥 그렇게 잊혀졌습니다.
그러던 올 4월, 그새 또 둘째가 태어납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축하 인사 차 그 분과 또 다시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불과 3년만에 그 분 수익이 어마어마하더군요.
액수를 밝히긴 어렵지만, 보통의 월급쟁이로는 절대 벌 수 없는 액수,
제 스스로 이 정도면 은퇴한다고 했던 목표 액수를 조금 뛰어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듣고, 3년이 지나 더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으니 자극이 확 와닿았습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만약 내가 3년 전에 그 이야기를 흘려 듣지 않고, 공인중개사라는 길에 발을 들이 밀었다면,
지금 쯤이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건 다시 찾아온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4-50대 아줌마, 아저씨도 따는 자격증?
와이프 산후 조리 기간 동안 틈틈히 알아봐서 인강과 교재를 구매했고
산후 조리가 끝나고 5월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어지간하면 사람들이 아는 4년제 대학, 대학원 (석사) 졸업하고,
SSAT도 통과해서 삼성전자에도 들어갔던 나인데,
4-50대 아줌마, 아저씨들이 따는 그 자격증 뭐 어렵겠나?
우습게 보고 시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대략 6개월이면 뭐 적당히 계획 세워서 하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명색이 국가 고시 자격증입니다
와... 그런데 왠걸?
여러 과목들 중 다들 민법부터 공부 시작하라고 하길래 민법 인강을 켰습니다.
코스도 여러 개입니다.
초보, 기본, 중급, 고급 뭐 이런 식입니다.
초보부터 다 보기에는 시간이 안될 것 같으니, 바로 기본부터 보자라는 생각에 기본 코스를 시작했습니다.
...
10분만에 초보 코스로 옮겼습니다.
법은 법이더군요...
단어 하나 하나가 당췌 무슨 말인지 모를 단어입니다.
분명 일상에서도 쓰는 단어도 있는데, 일상에서 쓰는 의미와 전혀 다른 단어들이 나옵니다.
한 예로, '선의', '악의'가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쓸 때, 선의는 뭔가 착하고 선량한 느낌입니다.
반대로 악의는 나쁜 의도를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민법에서는 이것과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선의는 "알지 못한다", 악의는 "알고 있었다"를 의미합니다.
쌩뚱맞죠?
공부 해보시면 압니다...
무튼... 결국 초보 코스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인은 각오 단디 하세요
직장인으로서 이 자격증을 준비한다는건... 정말 힘듭니다.
특히 동차는... 정말 힘듭니다.
저 역시 당연히 동차를 목표로 준비했습니다만...
결국 오늘 1차만 보고 나왔습니다.
좀 핑계를 대자면...
야근이 좀 많았습니다.
8월에는 거의 공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말에도 일을 했거든요...
그런데 일만하냐...
앞서 말씀드렸듯이...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와이프 혼자 두 아이를 케어하는건... 가능하지도 않죠...
평소 퇴근하면 8시, 식사하고 아이들 씻기고, 자기전까지 시간 보내면 빠르면 10시입니다.
애가 늦게 자면 11시, 12시가 되기도 하죠...
그리고 공부를 하려하면... 정말 어렵습니다.
아이를 재우려다가 같이 자는 날도 태반이죠...
제 경우는 총 평균 학습량이 하루 1시간?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결국 8월에 과도한 업무로 시험 공부를 아예 놓게 되면서
도저히 동차 합격은 불가능이다 싶어 2차를 포기했죠.
그러고 대략 9-10월 두달간 1차만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모의고사는 잘 나왔나?
저는 지금 돌아보면 학습 방법에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거의 인강 감상(?) 위주의 수동적인 방식으로 해오다 보니...
문제 풀이도 상당히 늦게 시작했죠...
시험이 10월 31일인데, 모의고사를 일주일 전에서야 처음으로 풀기 시작했으니 뭐 말 다했죠...
총 5개의 모의고사를 풀었는데, 첫 4개는 평균 60점대로 간당 간당 턱걸이...
그리고 시험 전날 마지막으로 풀었던 5번째 모의고사에서는.... 민법이 30점대 과락이 나오면서 평균 50점대를 찍었죠...
멘붕이었습니다.
시험 보지 말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험은 어땠나?
부동산학개론
거의 반 포기하고 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험 시작하고 나니... 멘붕입니다.
그래도 모의고사 풀면, 마지막 5회차 모의고사를 제외하고는 70점대를 뽑아준 부동산학개론이었는데...
문제들이... 너무 생소했습니다.
모의고사를 보면, 그래도 어디서 본듯한, 그런 내용들이 나왔는데
오늘 31회 본 시험에서는 "와 이거 뭐지?" 멘붕이더군요...
민법에서 똥 싸지르고 학개론에서 커버치자라는 생각 하나로 왔는데...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문제를 풀면서 긴가 민가, 확신이 안드는 문제에는 별표시를 해두는데, 40문제 중 18문제에 별표를 했습니다.
중간 중간 너무 별표를 많이 쳐서 감이 없어서 안 친 것도 감안하면, 절반이 넘는 문제들을 긴가 민가 상태로 풀었습니다.
민법
이미 내 성적은 정해졌단 생각으로 풀었습니다.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풀었습니다.
민법은 지금 확인해보니 무려 27개의 문제에 별표를 했네요.
할많하않...
1차 시험 마치고 돌아오면서 기분이 참 안좋았습니다.
주위에 공인중개사 본다고 떠벌리고 다닌건 아닌데, 그래도 장모님이나, 가까운 지인에게는 얘기했는데...
엄청 스스로가 쪽팔리더군요...
4-50대 아줌마, 아저씨들이 따는 자격증이라고 무시했던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11시에 시험을 마치고, 12시가 넘어가니 슬슬 가답안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도운건지... 생각보다 점수가 나와줬습니다.
- 학개론: 70
- 민법: 57.5
- 평균: 63.75
턱걸이 했습니다.
엄살 떨더니... 결국 합격했네?
그런데... 이게 솔직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대부분이 찍어 맞춘 거거든요.
학개론 18개, 민법 27개의 문제에 별표를 치며, 대체 답이 뭘까 고민 고민하다가 찍은 것들입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 합격권에 들어간거고요...
문제를 풀면서 지문이 이해가 안가는게 정말 많습니다.
문제를 알고 풀었다기 보다는,
- 얼핏 책에서 이런게 나왔던 것 같은데?
- 느낌 상 이게 답일 것 같아
이런 식으로 찍어 풀었습니다.
그래서 더 찝찝하고, 내가 어디 나가서 누가 물어보면, 민법, 학개론에 대해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좀 많이 들더군요.
32회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두 가지 유형의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시간의 여유가 많으신 분
- 시간의 여유가 없으신 분 (직장인, 육아 등)
먼저 시간이 많으신 분은, 차근 차근 준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시험이 절대 호락호락한 시험이 아닙니다.
문제 하나 보시면 문제 읽지도 못합니다...
일단 기초 코스의 인강을 들으시면서 차근 차근 용어들에 익숙해지면서 이해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뒤로 미루지 말고, 빨리 빨리 풀어보세요.
문제 풀이를 해야 이해가 좀더 쉽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인강 강사분들이 이야기하는데로 학습하시면 알아서 잘 풀릴테니 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문제는 시간이 없는 분들입니다.
솔직히... 직장인이시라면, 동차 합격은 무리하지 마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 8월까지는 준비해보세요.
만약 8월까지 해봐서 답이 안나오면 포기하고 1차만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시험을 4-50대 아줌마, 아저씨가 따는 그런 자격증이라고 무시했었는데요.
공부를 해보니...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시험이 평균 60점 합격이라는 매리트가 있기는 하지만,
공부 과목 자체는... 정말 만만하지 않습니다.
저 처럼 만만하게 생각하고 시작하시면...
큰코 다칠 수 있습니다...
마음 단디 먹고...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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